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위원장 김희정, 이하 중등교사노조)은 수능 운영의 부담과 위험을 중등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의 개선을 촉구하며 전국 교사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교사들의 참여를 모아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시도교육청에 전달하고 실질적인 개선을 요구할 것이다.
AI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 우려에 교육부가 올해 수능에서 매 교시 안경 착용 수험생을 감독관이 전수 확인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신종 부정행위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위험이 나타날 때마다 감독교사의 확인 항목을 늘리는 것으로 국가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기술적 탐지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교사의 육안 확인에는 어디까지의 정확성과 책임을 요구하려는 것인가.
교사들은 이미 시험장 청소와 준비, 방송·시설 점검, 사전교육, 장시간 감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중등교사노조에 모인 현장 의견에는 연속 감독으로 식사와 화장실 이용조차 빠듯했다는 호소, 건강상 어려움에도 감독 배정을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경험, 정당한 감독 이후에도 민원과 분쟁을 걱정해야 한다는 불안이 담겨 있다. 그동안 감당해 왔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맡겨도 된다는 근거는 아니다.
감독관은 부정행위를 확인하면서도 다른 수험생의 시험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확인에 시간이 걸리거나 응시생이 거부·항의할 때 누가 지원하고 판단할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일반 안경을 착용한 학생이 불필요한 의심이나 과도한 점검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기관의 역할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인의 판단에 맡겨 놓고, 문제가 발생한 뒤 매뉴얼의 이행 여부만 따져서는 안 된다. 교사가 지침을 지켰는지와 함께, 기관이 지킬 수 있는 지침과 여건을 제공했는지도 물어야 한다.
수능은 국가가 시행하고 대학이 선발에 활용하는 시험이다. 중등교사의 참여를 당연하게 여겨 인력 부족을 메우고, 교육자로서의 책임감을 이유로 노동과 위험을 감내하게 하는 운영은 바뀌어야 한다. 교사도 건강을 보호받고, 일한 만큼 보상받으며, 정당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는 노동자다. 학생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시험이라면, 국가는 그 중요성에 걸맞은 비용과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중등교사노조는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시도교육청에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AI 기기 확인 등 추가 감독 업무에 필요한 시간과 지원 인력을 확보하고, 의심 상황의 확인·판단 절차와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라.
둘째, 정당한 감독에 따른 민원과 법적 분쟁은 기관이 책임지고 대응하라. 정해진 절차를 성실히 이행한 감독관에게 미적발 결과만으로 책임을 추정하지 말라.
셋째, 과도한 연속 감독을 줄이고 식사·휴식·화장실 이용을 보장하라. 사전교육과 준비 업무를 포함한 노동에 합당하게 보상하고, 청소·방송·시설 관리에는 전문적인 지원 을 제공하라.
넷째, 감독관 위촉 과정에서 교사의 참여 의사를 존중하고, 충분한 교육과 정당한 보상을 바탕으로 희망자 중심 운영을 확대하라. 추천·배정 기준을 공개하고 건강·임신· 돌봄 등의 사정을 반영하여 감독 제외나 업무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라. 대학· 전문인력 등의 참여를 포함한 역할 분담 방안을 마련하라.
이번 서명운동은 어느 학교급이나 직군에 부담을 넘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가 필요한 인력과 예산, 보호체계를 갖추고 모든 참여자의 노동을 존중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중등교사노조는 서명 결과를 관계 기관에 전달하고, 올해 수능부터 시행할 조치와 중장기 개선계획에 대한 서면 답변 및 긴급 협의를 요구할 것이다. 이후 기관별 답변과 이행 상황도 교사들에게 알릴 것이다.
공정한 수능은 교사의 소진 위에 세울 수 없다. 교사의 헌신은 국가의 예산과 인력, 보호체계를 대신할 수 없다. 교육당국은 \'무결점 시험’을 주문하는 데 그치지 말고, 책임지는 운영으로 답하라.
2026. 10. 15.
전 국 중 등 교 사 노 동 조 합
소개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소개
2017년 11월 18일 창립한
중, 고등학교 교사 대상 전국단위 노동조합입니다.
중등교육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발굴하여 추진하며
교사노조연맹의 교육부 단체교섭 및 전국 17개 시도 지역노조와의 협력 하에
17개 시도 교육청과의 단체교섭에 중등 학교 교육문제, 교사복지 문제를 담아 해결해 갈 수 있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합니다.
중등 선생님들께서 한 명 더 가입할 때마다 문제해결에 필요한 힘은 커집니다.
중, 고등학교를 즐거운 교육 공간으로 재디자인하는 과정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창립선언문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창립선언문
오늘 우리는 중등교사들의 뜻을 모아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을 창립한다.
중등교육은 유초중과 대학 교육의 한 가운데로, 우리 교육의 허리라고 할 수 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우리 아이들이 올곧게 성장하여 한 명의 건강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우고 알아야할 많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기 위한 고통과 좌절, 실패도 있다. 중등교사들은 이 아름답고 역동적인 소년 소녀들 곁에서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 겪으며,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 왔다.
그러나 점점 격렬해지는 입시 경쟁과 시대에 뒤떨어진 승진제도와 권위주의적 관료체제, 완고한 교육과정, 낙후한 학교 시설 등 셀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중등 교사들은 가르치고 배우는 보람과 기쁨보다 상처 받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 불안에 떠는 아이들과 함께 깊은 좌절감과 슬픔에 사로잡혀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은 중등 교사 개인의 양심이나 노력으로는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제도를 개혁하고 교육 내용을 바꾸고 환경과 조건을 바꾸는 일은 교육부와 정치권이 각성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등교사들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유치원, 초, 중등 교사에서 대학 교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사와 교수들은 단결하여 교육의 혁신과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자신의 영역에서 분투해야 한다. 각 급별로 혁신해야할 제도와 과제가 다르고,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이 노조들은 지역별 노조와 다시 연대하며, 산별노조로서 교사연맹의 깃발 아래 크게 뭉쳐야 한다.
이제 우리는 ‘중등 교사노동조합’의 깃발을 높이 든다. 우리는 중등교사들의 이해와 요구를 받아 안고, 교육제도의 혁신을 위해 전진할 것이다. 중등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단 한 명도 배움으로 도피하지 않고, 단 한 명의 교사도 교육의 보람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7.11.18.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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